국토대장정 1일차, 비행기가 날 수 없는 곳에서 비행기가 가장 낮게 나는 곳까지

2022. 7. 11. 00:18여행/국토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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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전류리포구에서 서울 화곡동까지

국토대장정을 갔다. 사실 출발한지는 조금 됐지만 더 늦기전에 기록을 해둬야할 것 같아 이렇게 글을 남긴다.

나는 20대 남성이고 경희대학교 경영학과를 본전공으로, 컴퓨터 공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아동가족학과와 정보 디스플레이학과를 복수전공했었던 학생이고, 학교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으며, 현재는 파이썬 강사도 하고 있다. 다양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은 대게 비슷한 경험을 해왔고, 해가고 있다.

국토 대장정을 한다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을 때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친구, 학원 수강생, 동아리원 모두 왜 가냐고 질문을 던졌다. 사실 큰 이유는 없었다. 원래 혼자 여행하는 것도 좋아하고, 20살때부터 혼자 여행을 다니면 주로 뚜벅이로 여행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언젠가는 국토대장정을 다녀야겠다라고 다짐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질문을 듣고 여행에 대한 과거를 설명하는 것이 힘들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그냥이라고 대답해주었다. 사실 그냥이라는 말이 제일 맞는 것 같다.

무엇인가를 남기는 것은 나에게 익숙치 않은 일이지만 마침 블로그 활동도 하고 있고, 누군가가 내 블로그를 보았을 때 꾸준히 올리던 포스팅이 왜 갑자기 뜸해졌나하는 의문이 들 수 있어 간단하게 글을 남기고자 한다.


2022년, 7월 6일 전류리포구, 1일차 오후 2시 시작

아부지가 찍어주신 사진, 편하게 입고간다고 진짜 편하게 입었다.

- 전류리 포구에서 출발했다. 날씨가 조금 덥긴했지만 한강 옆을 지나가기에 초반에는 나름 괜찮았다. 국토대장정은 장기전이기에 50분 걷기, 10분 휴식을 지키려고 했다. 가다보면 편의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커피 한잔을 들고 출발했다.

전류리포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소이다. 아주 멀게 느껴졌지만 금세 도착했다.

어느새 목적지마냥 멀게 느껴졌던 송전탑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가다가 중간에 옆으로 빠져 운양동 철새 도래지에 방문했다.


여행의 묘미는 과정에 있다. 여행을 다니며 늘상 생각하는 문장이다. 관광명소에 도착해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는 것만이 여행이 아닌 그 곳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또한 여행이라 생각한다. 더 강하게 얘기하자면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네이버 길찾기가 최적화해서 찾아준 길은 김포 시내를 지나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강을 쭉 따라가다보면 운양동 철새도래지나, 여러 공원들을 볼 수 있기에 평소에는 알지 못한 김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돌아가지만 그 길을 택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무언가를 남기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사진 찍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단지 그 장소와 얽힌 개인적인 감상을 느끼고자 그 장소를 찍는 것에 의미를 둔다. 이것도 가면서 찍느라 사진이 이렇다.

김포 아라뱃길 자전거 길을 따라 걸어갔다.


직전에 얘기했던 것과는 다르게 뭔가 있어보이는 사진이다. 장황한 여행 이야기를 쓰기에 앞서 감성이 풍부해졌기에 느낌을 내서 한번 찍어봤다.

가는 길의 대부분이 한강/논이었다.

사우동에서 고촌으로 넘어갈 때는 너무 힘들었다. 땀은 계속 나지만 마실 수 있는 물은 없고, 편의점도 없어서 이러다가 잘못하면 쓰러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과거 행군을 생각하며 군가를 부르면서 갔다. ㅎ (아무도 없으니까) 그러나 그 상태로 두시간은 더 가야지 편의점이 나오기에 중간에 고촌에서 빠져서 힘겹게 편의점에 도착했다. 그 자리에서 파워에이드 1리터, 물 500미리리터를 다 먹었다. 이 글을 쓰는 5일차인 오늘까지 중에서도 제일 힘든 순간이었다. 생각해보니 그 전날 간단하게 술 한잔하느라 세시간밖에 못잤었다. 이런 컨디션도 중요한 것 같다.

고촌에서 넘어가는 지역이다.
터널 너머는 논이다.
인천에서 서울로 넘어가는 다리이다.


고촌에서 서울로 넘어갈 때는 인천을 거쳐서 간다. 짧긴하지만 터널과 논을 지나 김포공항으로 돌아가야한다. 차를 가지고 갈 때와는 달리 걸어가면 돌아가야하기에 조금 불편했다.

 

힘겹게 개화에 도착했다. 사실 여자친구와 잠깐 만나자고 해서 시간이 조금 모자랐다. 이때 몸도 너무 힘들고, 지쳐서 그냥 따릉이를 타기로 했다. 그리고 어차피 국토대장정을 처음가는거니까 무조건 걸어가기만 하는 것을 고집하는 것보단 힘들면 융통성있게 대중교통도 이용하자는 다짐을 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지 2분만에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물웅덩이도 있어 지나가는 차들이 물을 뿌린다.


따릉이를 타고 오분 뒤 비가 갑자기 많이 왔다. 김포공항쪽에서 서울 안쪽으로 가는 자전거길에는 높은 나무들이 많은데, 바람도 너무 거세고 비도 많이 와서 앞이 보이질 않았다. 가방에는 케이스를, 나는 우비를 쓰는 2분동안 비에 다 젖을 정도로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따릉이를 타고 가는 것도 그렇고, 이 날씨에 걸어가는 것도 앞을 볼 수 없어 너무 위험하다 생각해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너무 지쳐있어서 우비를 쓰고 지하철에 탑승했다. 몸도 다 젖었기에 자리는 많았지만 앉지는 않았다. 몇몇 사람들은 나를 보고 본인의 친구들과 속닥이며 지하철에 우비를 입고 탑승하는 얘기를 했다. 어떤 분은 못볼 것을 본 것 마냥 눈을 찡그리면서 나를 보셨다. 기분이 나쁘기보단 내 모습이 예상되어 나도 헛웃음이 나왔다. 근데 숙소가서 보니까 찡그리면서 볼만하더라 ㅎㅎ

어렵사리 숙소에 도착했다. 발에 물집도 많이 잡히고, 너무 힘들었지만 옷도 다 젖고, 이대로는 누울 수 없어서 바로 씻으면서 옷을 빨았다. 이후 꼬치를 시켜먹고, 편의점에서는 뿌리는 파스를 사서 요양을 했다. 다음날 집에 돌아가는거 아니야?하고 생각하며 잠에 들었지만 놀랍게도 다음날 컨디션이 많이 좋아진 덕분에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기타 이야기

토스 만보기로 확인해보니 걸어서 피자 한판만큼 칼로리를 태웠다고 했다. 나름의 뿌듯함이 있었다. 물론 요즘도 계속 피자 한판만큼 칼로리를 태웠다고 나오니 다녀오면 살이 얼마나 빠질지 기대가 된다.


도시를 걷기만 하는 것은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해서 안전한 구역에서는 it 관련 팟캐스트(솔담배, 아궁이, 자바 프로그래밍[영어])이나 우아한 테코톡 영상을 보면서 갔다. 걸으면서 듣고 보는 것이기에 집중이 잘 안돼서 대게 두번씩 보는데 글을 남기지는 않지만 나름 지식이 쌓이는 것 같아서 좋다. 우아한 테코톡도 보통 하루에 열개 가까이 보니까 여유가 되는 날 이를 한번 정리해야겠다.

 

이 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습진이다... 걷지를 못하겠더라. 한여름에 국토대장정을 다닐 경우에는 꼭 운동용 여름 속옷을 입고가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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