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서비스에서 '좋아요' 대신 '싫어요' 기능을 넣기로 한 이유

2023. 7. 12. 08:38프로젝트/디깅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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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1차 데모데이 때 이런 피드백을 받았다.

 

"싫어요 기능이 꼭 필요할까요? 차라리 좋아요라는 기능을 넣는 것이 추천 서비스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요? 긍정문이어서 거부감도 적을 것 같고요."

 

 

지난 포스팅에서도 작성했지만 우리 프로젝트는 '사용자의 선호에 맞춘 음악 추천 서비스'이다. 현재 안드로이드 파트와 백엔드 파트가 모여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1차 데모데이 때 서비스 핵심 기능을 발표하면서 위와 같은 질문/피드백을 받았다. 당시에 질문과 피드백에 대해 일부 공감하긴 했지만 마음 속에선 계속해서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왜 꺼림칙하지?


조직행동론

 

곰곰히 생각을 해보다가 이전에 공부한 조직행동론을 떠올리게 되었다. 조직행동론은 심리학과 경영학에 기초한 학문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 내에서 잘 일할 수 있도록, 관련 이론이나 실험 결과들을 정리한 학문이다. 심리학에 기초하면서도 연구 결과도 함께 알려주기에 굉장히 재밌게 공부했던 과목이었다. 조직행동론에서는 동기부여와 관련된 몇몇 이론들을 소개한다. '2요인 이론(Two factor theory)'도 그 중 하나이다. 

 

 

2요인 이론

 

2요인 이론은 동기부여를 주는 요인(동기부여 요인)불만족감을 주는 요인(위생 요인)이 서로 다르다는 이론이다.

 

아마 이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직관은 동기부여를 하는 요인들이 만족감(동기부여)에 대해 선형적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만족감

 

간단하게 예시로 한번 살펴보자. 전통적으로 우리는 승진을 못하는 경우에는 불만족하고, 승진을 잘하는 경우에는 만족한다고 인식한다. 급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급여가 낮은 경우에는 불만족, 급여가 높은 경우에는 만족감을 느낀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2요인 이론에서는 급여는 불만족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승진은 만족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급여는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한들 만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동기부여를 하는데 큰 요소로서 작용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하게 승진을 아무리 못해도 불만족을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직무 불만을 가지게 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동의 못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계속 승진을 못하면 불만족함을 느낄 것 같은데?'와 같이 생각할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그런 부분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렇게 만족과 불만족을 느끼게 되는 데에는 '공정성'에 대한 가치도 작용한다. 특히나 우리는 절대적인 수치보단 '사회적으로 나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낄 때 불만족감을 느낀다. 공정성 이론이 이러한 부분에 대해 설명해준다. 결국 승진을 못하는 것 자체에서 불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위치에 놓여있는 사람은 승진을 하는데 나는 승진을 못할 때 불만족감을 느낀다고 할 수 있다.

 

아직도 공감이 안된다면 내가 연봉 1억을 받다가 10억, 20억으로 점차 급여가 올라간다는 상상을 해보자. 처음에는 행복하게 느낄 수 있어도 연봉이 올라갈 때 느낄 수 있는 행복감도 줄어들게 되고, 그렇게 오래가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급여가 정말 적다면 일을 지속할수록 불만족감은 점차 커져갈 것이다. 

 

결국 외부 요인들을 통제한다는 가정 하에 불만족감을 주는 요인과 만족감을 주는 요인이 서로 다르다는 가정은 그럴싸해보인다. 당시 2요인 이론을 공부할 때 굉장히 중요한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었다.

 

'만족감을 주는 요소를 아무리 많이 늘리더라도 불만족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아요 기능과 싫어요 기능

당시 배웠던 인사이트에서 내가 느꼈던 꺼림칙함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음악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당연히 우리의 서비스에서 '내가 선호할만한 음악을 추천해줄 것'을 기대한다. 결국 선호할만한 음악을 추천해주는 것은 만족감을 주는 요소라기보단,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당연히 따라오는 서비스로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싫어할만한 음악을 반복적으로 제공한다면 이는 사용자 불만족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2요인 이론에 기초하여 풀이해보면 음악을 추천하는 것은 동기부여 요인보단 위생 요인(불만족감을 주는 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완전히 위생 요인으로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불만족감을 주게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생 요인에 가깝다고 설명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아무리 많은 만족감을 주더라도 음악을 잘못 추천해줌에 따른 불만족감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서 '좋아요 기능'과 '싫어요 기능'의 의미를 한번 고민해볼 수 있다. 좋아요 기능은 사용자로 하여금 당연한 서비스를 이끌어내는 기능, 싫어요 기능은 사용자로 하여금 불만족감을 제거할 수 있는 기능. 단순히 기능만을 놓고 보았을 때는 '싫어요 기능'을 가져가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이런 부분을 더 고민했던 이유는 우리 서비스가 '숏폼'의 형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숏폼 컨텐츠의 특성 상 사용자는 무의식에 기반해 서비스를 이용한다. 더 감각적이고,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다른 서비스에 비해 '만족감'이라는 요인은 더욱 탄력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우리는 싫어요 기능을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뭐... 주저리주저리 작성해보긴 했지만 이것도 그냥 가설일 뿐이다. 이러한 판단은 사용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젝트 기간이 2개월로 짧기 때문에 이러한 기능들에 대해서 각각 프로토타입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렇게 가설을 세우고 진행하는 방법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믿고 가봐야지 뭐 ㅎㅎ


글을 읽으면서 물음표가 생기거나 반박할 거리가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 남겨주세요. ㅎㅎ 인사이트를 배울 좋은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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