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7. 22:53ㆍ프로젝트
이번에는 제가 기능 개발을 할 때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하는 지에 대해 포스팅해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우아한 형제들 배민상회에 지원을 했었는데요. 그때 배민상회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보면서 '개선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기능'이 있어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어떤 식으로 개선해보면 좋을지에 대해 제 생각을 정리하면서 포스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창출’과 ‘고객만족’이다.
우아한 형제들에는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이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 중 10번째 방법으로 적힌 내용이 바로 소제목에도 적힌 '모든 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창출과 고객만족이다.'라는 내용이에요. 회사의 목적은 이익 창출이 아닌 고객 창출이며 이를 우선한 결정을 통해서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우아한 형제들은 말하고 있어요.
배민상회 서비스 또한 외식업 사장님의 니즈를 기반해 기능을 개발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외식업 사장님이 고객이다보니 배민상회 서비스의 이용을 업무의 연장선으로 본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배민상회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서 외식업 사장님들은 가게 운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이 배민상회가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입니다.
'기능 개발에는 항상 고객 창출이 우선되어야한다.' 백번 동의하는 문장입니다. 고객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 니즈를 어떻게 파악해볼 수 있을까요?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해보기
앞서 정의한 배민상회의 고객은 '외식업 사장님'입니다. 외식업 사장님들은 어떤 니즈가 있을까요? 사장님들의 니즈를 파악해보기 위해서 사장님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했습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커뮤니티에서 배민상회나 배달용품 구매/유통 채널 등 여러 내용에 대해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사장님들이 배달용품을 구매할 때는 무슨 채널에서 어떤 이유로 구매하는지에 대해 한번 분석해보았습니다.
직접 데이터를 수집해서 파이썬으로 워드 클라우드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샘플'과 '싼'이라는 단어가 가장 눈에 띄네요.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도 느꼈던 부분인데요. 샘플을 제공해주는 곳에서 업체를 선정한다는 반응과 여러 사이트의 가격을 비교해 가장 싼 용품을 제공해주는 곳에서 구매를 한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사장님들의 의견을 토대로 구매 요인을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샘플을 제공해주는가'
(2) '싼 가격에 배달 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가'
다만 실제 구매를 할 떄는 두 요인이 서로 다르게 작용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샘플을 제공해주는 지에 대한 여부는 '가게를 처음 열거나 신메뉴를 출시하는 사장님들'에게 배달용품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요인으로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싼 가격에 대한 요인은 모든 사장님들에게 배달용품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후자의 요인이 조금 더 직접적으로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잠금 효과와 가격 탄력성
위에서 본 구매 요인에 생각을 조금 더 붙여보려고 하는데요. 그 전에 두 가지 개념부터 먼저 설명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잠금효과'는 고객이 한번 어떤 재화/서비스를 이용하면 꾸준히 그 재화/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경제학적인 용어입니다. 쉽게 말해서 '한번 쓴 것을 계속 쓰게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다른 서비스로 넘어가는 것에 불편함을 줘서 잠금효과를 달성할 수도 있고, 넛지를 활용해서도 잠금효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번 갤럭시 폰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다음에 폰을 구매할 때 아이폰보단 갤럭시 폰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죠. 추가로 위의 예시를 조금 더 경제학적으로 서술해보면 갤럭시 폰에서 아이폰으로 넘어갈 때 아이폰 사용방법을 배우고, 심리적 장벽도 이겨내는 등의 비용을 전환비용이라고 합니다. 전환비용이 클 때에도 잠금효과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샘플을 제공하는 것은 일종의 잠금효과를 노린 판매 전략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이나 신메뉴를 개발한 사장님들이 샘플을 받은 뒤 한번 구매로 이어지면 이후에도 꾸준히 구매할 것을 기대해 운영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로 설명할 개념은 가격 탄력성입니다. 가격 탄력성은 가격이 변할 때 판매량(구매량)이 얼만큼 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가격이 탄력적이라고 하는 것은 가격이 조금 변할 때 판매량/구매량의 변화량이 커집니다. 당연히 가격이 비탄력적이라고 하면 가격이 조금 변할 때 판매량/구매량의 변화량이 적습니다. 예를 들어 라면/소주은 가격이 조금 인상하더라도 실제 판매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필수재이기 떄문에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는 이상 일정한 판매량을 유지하죠. 따라서 라면/소주는 가격이 비탄력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위의 워드 클라우드를 통해 사장님들은 배달용기 제품의 가격에 민감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외식업 사장님을 고객층으로 삼는 배달용기 시장은 가격이 탄력적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제 생각을 조금 더 덧붙여보자면 샘플 제공을 통한 잠금 효과는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샘플을 제공해 초반에 몇몇 사장님들을 끌어들일 수는 있지만 이들을 충성고객층으로 이끄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장님들은 가격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없다면 재구매율이 점점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장님들을 계속 유치하기 위해서는 전환비용이 다른 플랫폼에서 구매할 때의 이득(기회비용)보다 더 커야합니다. 하지만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서비스들이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고, 여러 업체들도 존재하는 만큼 전환비용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네요. 결국 전환비용보단 다른 서비를 이용할 때의 비용이 더 적기 때문에 가격이 구매에는 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내린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샘플 제공은 새로 가게를 열거나 신메뉴를 개발한 사장님에게 배달용기의 첫구매요인으로 작용한다.
2. 저렴한 가격은 사장님들이 배달용기를 구매하는 주요요인으로 작용한다.
3. 샘플 제공을 통한 잠금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앞서 데이터를 분석해보았을 때 '샘플 제공'과 '싼 가격'이 구매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했는데요. 제가 내린 가설과는 차이가 조금 있습니다. 실제로 현업에서 의사결정을 해야한다면 '샘플 제공에 따른 재구매율'이나 '할인 시 구매율', '타사와의 가격경쟁력에 따른 구매율' 등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가설을 검증해보았겠지만...! 저는 배민에 개발자로 지원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만 가설을 세워도 충분히 분석해보았다고 생각해 넘어갔습니다. ㅎㅎ
실제 배민상회 서비스 확인해보기
제가 데이터를 분석한 목적은 고객 관점에서 배민상회 서비스를 이용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직접 서비스를 이용해보면서 '이런 기능은 좋네.', '이런 기능은 개선이 필요해보이네', '왜 이런 기능을 넣었을까?' 등을 한번 파악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배민상회에 회원가입을 하고 어플/데스크탑에서 직접 서비스를 이용해보았습니다.
다양한 기능을 이용해보았는데요. 제가 위에서 분석해본 내용과 관련이 있는 기능들만 한번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샘플 제공 서비스
현재 배민상회에서는 샘플 서비스가 일시 중단되었습니다.
공지사항에는 샘플 서비스 중단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었으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활동 중인 사장님들 중에서는 아직도 배민상회에 샘플 요청이 가능하다고 해서 직접 문의도 남겨보았습니다.
문의에서도 공지사항과 동일한 답변이 오더라고요. 샘플 서비스가 중단된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 순 없지만 제 생각에는 아까 위에서 가설로 언급한 '샘플을 통한 잠금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싶네요. 그래서 충성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샘플 서비스를 개선해보고 서비스를 다시 운영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발주서 기능
배민 상회의 고객은 사장님이다보니 다른 커머스와는 다르게 '상품을 발주서에 추가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발주서 추가는 데스크탑에서도 진행할 수 있지만 발주서 확인은 모바일에서만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장님들은 주로 데스크탑을 이용해 제품 구매 여부를 결정하지만 발주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모바일을 이용해야하기에 구매 경험이 좋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저렴한 가격은 사장님들이 배달용기를 구매하는 주요요인으로 작용한다.'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에 대한 꼬리 가설로 '가격 비교를 위해서는 데스크탑을 주로 이용한다'를 세워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외식업 사장님들의 나이대가 높은 편이다.
(2) 가격 비교를 위해 모바일보단 데스크탑을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하다.
외식업 사업주의 90% 이상이 40대 이상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모바일보다는 데스크탑 이용이 더 익숙합니다.
또한 가격 비교를 위해서 여러 어플을 하나하나 옮겨다니면서 한 상품을 검색을 한 뒤 메모장에 정리하는 것보단, 데스크탑에서 여러 사이트를 틀고 엑셀에 정리하는 것이 훨씬 간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꼬리 가설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상품을 구매할 때의 플로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격 구매와 상품 구매까지는 데스크탑을 이용하지만 발주서를 확인할 때에는 모바일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데스크탑에서 모바일로의 전환'이 이뤄집니다. 가격 비교부터 발주서 확인까지 하나의 구매 절차라고 본다면 데스크탑에서 모바일로의 전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구매경험이 매우 나빠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발주서 기능을 프론트에서도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개선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실제로 해당 기능을 만드는 데 리소스가 많이 들지 않고, 가설들도 검증된다면 실제로 데스크탑에서도 '발주서 확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실제로 면접 때 면접관과 발주서 확인 기능에 대해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는데요. 시간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지만 다 이야기하지는 못하고 면접을 끝내야했습니다. 다음에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면접관님께서 말씀해주셨지만... 최종에서 떨어져서 더 말씀을 나누지는 못하게 됐네요 ㅠ
정리
배민상회 면접을 위해서 정리했던 내용은 이 정도였습니다. 현업에서 기능 개발을 제안하려면 탄탄한 가설과 데이터 분석 결과들이 더 있으면 좋겠지만 면접을 위해 준비한 정도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데이터도, 시간도 없어서 더 분석하기에도 무리가 있었고요.
아무튼 해당 포스팅을 통해 제가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능 개발을 제안하는지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고객 창출'을 위해 어떻게 기능 개발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고객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커뮤니티를 이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아주 x 100 간단한) 분석해보았습니다. 그 내용을 토대로 가설을 세우고 현재 서비스를 분석해서 기능 개발에 대해 제안을 해보았습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따져서 어떤 일을 할 지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건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해보기 어려운 경험일 것 같네요.
배민상회 지원자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하나하나 파보고 기능 개발 제안을 해보는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배민상회에서 일하시는 분들 중에 글을 읽으신 분이 계신다면 날카로운 피드백을 주신다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다른 분들도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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